1월 29 2005
담배를 끊으라는데…
어제 회사내부에서 일체의 담배을 피지말라는 공문이 회람으로 날아들었다. 만일 회사내에서 피다가 누군지 모를 암행어사에게 걸리면 경고조치가 아니라 감봉처리를 한다는 강경한 어조였다. 옛날부터 이런 종류의 공문이 많았다. 회사내부가 석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때문에 조그마한 불씨에도 금방 커다란 화재로 발전할 수 있기에 실제로 한해에 꼭 한번 정도 조그많게 불이 날 정도로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왜 갑자기 회사에서 이런 회람이 도는지… 그럼 그렇지 며칠전에 공장부근의 우리 회사 경쟁사에서 커다란 화재사건이 있었다. 물론 실화든지 누전이든지 기타 어떤 일로 화재가 발생했는지는 잘 모른다. 물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누전정도로 발표하겠지만 아마도 윗선에선 어떤 이유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추측컨데 ‘담배’가 원일일 것이다. 작년에는 회사에 다행히 화재사고도 없었는데 담배로 인해 화재가 났다는 이유로 갑자기 금연을 하지않으면 체벌하겠다는 좀 어거지 발상이다. 물론 담배를 피지않음으로써 화재가 발생할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자유권마저 박탈한다는게 우습다.
담배는 선택이다. 피울 수도 있고 안피울 수도 있는 자유권이다. 물론 다른 사람한데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면서 피라는 것이 아니다. 담대를 피우고 싶을 때 피울 안전한 장소만 회사에서 마련해 주면 될 것이다. 만약 담배로 불이 난다면 여기 밖에 더 나겠는가! 피울 장소를 마련해주지 않고 강제하면 담배가 갑자기 끊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닌데 다른 곳에서 더 숨어 피우면 누가 어떻게 숨어 피는지 아무도 모른다. 불이 나면 책임소재도 없다. 단지 담배를 피는 사람들만 대상이 될 뿐이다.
피워라! 피우지 않는다면 그만한 혜택이 주어질 것이다. 담배로 인한 화재의 원인은 제거하고 회사의 목적은 달성되었고 회사에서 손해볼 것 없다. 어차피 담배피는 사람들은 안전한 장소에서 담배를 필 것이고 지원금은 아주 조금만 들이면 될터이고 개인은 좋은 것을 선택해서 즐기거나 끊어서 조그마한 이익을 얻던가…요즘 말하는 WinWin 아닌가!
그럼 담배를 안피는 사람들은 선택권이 없는가? 아니다. 담배피지 않는 사람들은 벌써 회사가 요구하는 담배안피기를 실천한 사람이다. 동기야 어떠하든지 회사는 사원들이 금연하기를 바랬고 금연한 사람이든 피지않는 사람이든 벌써 금연이 아닌 흡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 비흡연 사원은 10%도 안된다. 이들에게 아주 약간의 흡연사원의 금연 욕구를 위한 동기부여 정도의 감봉에 해당하는 금전적인 지원도 마땅하다.
회사는 어떠한 지원이나 정책도 없이 ‘금연하면 감봉이다’ 원인과 결과로 말하지만 이 금연을 결과로 삼고 원인이나 동기를 다른 곳에서 찾아 (물론 금전적 보상이겠지만) ‘금연하면 돈주께 아님 감봉이다’ 그것은 너희들이 선택하라. 봐라! 벌써 비흡연사원에게는 돈을 주지않느냐!!! 뭐 이런식으로 말이다.
빈이할아버지는 30년을 하루 담배 20~25개피 정도를 피우셨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집에 내려갔는데 담배가 없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과자봉지만 한가득 있다. 왠일인가 알아보니 그새 이주일씨 사건도 연일 TV에 계속 보도되고 친구분들이 다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마음속에 큰 부담이 되셨던 모양이다. 벌써 3년정도 되었나보다. 빈이 할아버지는 예전부터 술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집에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 담배를 사 오셨다. 요즘은 선물이 ‘과자 종합선물세트’로 바뀌었다. 덕분에 우리 빈이도 할아버지 과자를 잘 얻어먹구 있다.
오늘 샤론스톤 이야기가 톱기사로 나왔다. 다보스포럼에 내노라하는 패널들이(대통령, 빌게이츠회장 등) 나와 아프리카 빈곤퇴치에 대해 열띤 토론을 50여분간 하면서 지원을 해야한다로 끝났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계획하고 실무자들이 하다 보면 어영부영해서 또 다음해 회의 안건으로 오르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한다. 그런데 샤론스톤이 질의자로 일어나 ‘Today’를 30번 가량을 외치며 모금을 호소하며 그자리에서 10만불을 쾌척하자 2분 30여초에 100만불이 모아졌다고 한다.
금연을 한다는 것이 마음이다. 어떤 동기로 해서 금연을 하겠다는 절실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새해가 되었으니 한번, 몸이 안좋은데 담배끊을까, 오늘은 피고 내일부터, 차차 줄여야지, 내가 보기엔 아니다. 당장 지금부터다. 이렇게 강경어조로 말하는 빈이아빠는 담배를 피지않는다. 아니 애초부터 담배를 피지 않았다. 그런데 옆에서 보면 참 금연이 너무나 힘든다고 하는데 이런 강제규정이 통할까 싶어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으로서 답답한 마음에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 놓았다.
1월 31 2005
김장독 이야기
요새는 대부분이 김장을 하지않고 조금씩 사서 먹거나 김장을 한다해도 몇 포기만을 담아 정말 없어서는 안될 주식으로서가 아니라 특식의 찌게거리나 좋은 고기반찬과 기름진 음식의 느끼한 맛을 보조해주는 반찬의 양념 정도로만 먹는 것 같다.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를 수확하는 것으로 겨울준비가 시작되었다. 혹시라도 일찍 서리가 내리면 맞히지 않게하기 위해 씌어 놓았던 볏집을 한꺼풀씩 걷어내고 나면 통통하게 살이 찬 실한 배추들이 볏짚에 한단한단 잘 묶여져 있다. 하루종일 배추를 뽑아 뿌리를 잘라내고 그중에서 실한 놈들을 골라 김장용으로 따로 놓고 사이좋게 한골씩 심어 놓은 무를 뽑아서 무우채를 잘라내어 가지런히 뉘어 놓고 나면 짧은 겨울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쯤에 끝이 난다.
텃밭 한켠에 깊게 파놓은 구덩이에 볏짚을 깔고 옆으로는 둘러치고 배추, 무를 사이좋게 쌓아 놓고 볏짚을 덮고 보드라운 흙으로 구덩이를 덮어 봉긋하게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한켠에 숨구멍을 뚫어 놓아 겨우내 꺼집어 내어 먹기 쉽게 해놓고 여기에 또 짚으로 구멍을 단단히 막고 나면 김장준비가 시작되었다.
새파란 배추잎을 한꺼풀씩 벗겨내어 몇 장씩 모으고 어제 잘 잘라모아둔 무청을 굴비묶음처럼 짚으로 묶고 처마밑에 걸어두어 씨레기를 만들고 어제부터 엄마의 손맛?으로 적당히 풀어 놓은 소금물에 봄날 어린 병아리색의 배추들을 4등분하여 하나씩 담가 두었다. 엄마의 손맛?과 절임의 시간이 김치맛이 되었다. 적당히 늘어진 배추에 잘 끓여서 걸러놓은 장국과 양념을 준비하여 배춧잎 한장한장 사이에 찔러넣고 잘 싸서 김장독에 한켜씩 쌓고 그 위에 겨울 동치미용으로 커다란 무를 몇개씩 올려놓고 숯을 넣어 커다란 옹기김장독에 넣어 우물가 옆에 김치독을 묻으면 김장도 끝이나고 한겨울 반찬걱정을 들게 되었다.
우리가 가을걷이를 시작할 쯤이면 옆동네 오직 한집만 사는 옹기골에선 김장독 만들 준비로 바빴다. 아버지 두분이 친구이고 아들 둘도 친구여서 집에 놀러가면 집앞에서부터 깨어진 옹기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옆에선 장작더미가 산처럼 쌓여져 있고 굴뚝에서 새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 아직 유약도 바르지 않은 옹기들이 그늘에 마르고 있고 한곳에선 물레에 옹기를 올려 놓고 열심히 물레질을 하면서 옹기를 만들고 있었다. 재미로 한 두개 만들어 보지만 역시 장인의 손앞에 어린아이의 옹기들은 삐뚤빼뚤 모양도 잡지 못하지만 이것 역시 재미있는 놀이였다.
직접 만든 못난이 옹기를 집어 들고 유약을 통에 풍덩 담가 돌리면서 유약을 발라 말리고 다음 옹기구울 때 귀퉁이 한곳에 넣어 구워 달라고 부탁를 하고 왔다. 엄마따라 십리를 걸어가서 잘 생긴 놈으로 김장독을 사서 골라올 때 저번의 그놈을 가져와서 내 김치통이라며 몇 포기를 따로 넣어놓고 내어 먹곤 했던 기억들이 새삼스럽다.
옹기는 물을 담아두면 조금씩 새어나오는 토기보다는 조금 낫고 화려한 빛깔을 자랑하는 도자기보다는 못한 물건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물건이었다. 굽는 온도가 높지 않아 고령토, 백토안의 금속성질을 띈 성분들이 유리질화 되지 못해 강건하지도 못하고 색깔도 우충충했다. 그러나 그 점토속의 다공질들이 외부와 통기가 되게하여 김치, 장 등 산소가 적당히 필요한 음식에는 절묘하게 쓰임새가 맞았다.
요즘은 김장을 해도 좋은 김치냉장고가 있어 옹기을 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있어도 겨우 간장이나 된장을 담아 두고 쓰거나 이것도 벌써 공장에서 생산된 간장, 된장이 프라스틱 통에 담겨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튼튼하고 화려해지고 네모짜리로 규격화된 지금의 모습들보다 보관하기 힘들고 무겁고 우충충한 색깔에 멋스럽지 못한 이놈들이 앞마당 옆에 가지런히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엄마, 동생들처럼 그렇게 제자리에서 제 역할에 맞는 모습으로 서있는 것이 그립다.
By vinipapa • 엄마아빠 • 0